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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길이 환해질 때 / 박제영
덤불 우거지고 잡풀 웃자라
이 골이 저 골 같고 저 골이 이 골 같아서
도무지 찾을 길 없는 길을
아버지는 어찌 알고 저리 수이 오르시는가
덤불 우거지고 잡풀 웃자라
표식도 없고 비석도 없어
도무지 경계 없는 무덤을
아버지는 어찌 알고 저리 수이 찾으시는가
- 아버진 어찌 그리, 길도 무덤도 잘 찾으요?
- 늙으면 저승길이 환해지는 법이다
우거진 덤불과 웃자란 잡풀들
아버지, 낫으로 베어낼 때마다
조금씩 환해지는
알몸의 길이여
알몸의 무덤이여
-기억
어린 시절,
볕 좋은 날이면 늘 꺼내어 펼쳐 놓으시던
할머니의 누런 수의 (壽衣)
거칠고 누런 수의가 싫어
발로 차고, 손으로 밀며 땡깡을 부리면
이놈아,
할미 저승 갈때 입고갈 옷이여
날 처다 보시던 할머니의 깊은 눈과
수의를 만지작 거리시던 할머니의 쭈굴쭈굴한 손이 생각이 난다.
할머니의 양단 몇 마름과, 화려한 꽃신은
평생 입어 보지도, 신어 보지도 못하시고
거칠고 누런 수의에, 하얀 버선 한켤레 신으시고
할머니는 그렇게 저승 길로 떠나셨다.
덤불 우거지고 잡풀 웃자라
이 골이 저 골 같고 저 골이 이 골 같아서
도무지 찾을 길 없는 길을
아버지는 어찌 알고 저리 수이 오르시는가
덤불 우거지고 잡풀 웃자라
표식도 없고 비석도 없어
도무지 경계 없는 무덤을
아버지는 어찌 알고 저리 수이 찾으시는가
- 아버진 어찌 그리, 길도 무덤도 잘 찾으요?
- 늙으면 저승길이 환해지는 법이다
우거진 덤불과 웃자란 잡풀들
아버지, 낫으로 베어낼 때마다
조금씩 환해지는
알몸의 길이여
알몸의 무덤이여
-기억
어린 시절,
볕 좋은 날이면 늘 꺼내어 펼쳐 놓으시던
할머니의 누런 수의 (壽衣)
거칠고 누런 수의가 싫어
발로 차고, 손으로 밀며 땡깡을 부리면
이놈아,
할미 저승 갈때 입고갈 옷이여
날 처다 보시던 할머니의 깊은 눈과
수의를 만지작 거리시던 할머니의 쭈굴쭈굴한 손이 생각이 난다.
할머니의 양단 몇 마름과, 화려한 꽃신은
평생 입어 보지도, 신어 보지도 못하시고
거칠고 누런 수의에, 하얀 버선 한켤레 신으시고
할머니는 그렇게 저승 길로 떠나셨다.
추천 5
작성일2020-02-28 21:39
rainingRiver님의 댓글
rainingRiver
아, 멋진 시다.
사람이 늙으면 죽음으로 가는 길을 훤히 바라보고 예비해야 한다.
사람이 늙으면 죽음으로 가는 길을 훤히 바라보고 예비해야 한다.
칼있으마님의 댓글
칼있으마
할머니의 기억을
참 아름답게 간직하고 계시는군요.
전 할머니 할아버지의 기억이라곤
제삿날 보던 사진이 전붑니다.
할머니는 늘 웃고 계셨었고
할아버지는 늘 인상을 쓰고 계셨었죠.
저승가서 만나면
서로 못 알아볼까 겁납니다.
그래도 목멘님은 그런 걱정은 덜었으니
부러워집니다.~~~
참 아름답게 간직하고 계시는군요.
전 할머니 할아버지의 기억이라곤
제삿날 보던 사진이 전붑니다.
할머니는 늘 웃고 계셨었고
할아버지는 늘 인상을 쓰고 계셨었죠.
저승가서 만나면
서로 못 알아볼까 겁납니다.
그래도 목멘님은 그런 걱정은 덜었으니
부러워집니다.~~~
칼있으마님의 댓글
칼있으마
"늙으면 저승길이 환해지는 법이다."
여태 살고도
전 아직 멀었나 봅니다.
이승이 아직은 환하니 말입니다.
목멘님은
저짝이 대낮같죠?ㅋㅋㅋㅋㅋ
여태 살고도
전 아직 멀었나 봅니다.
이승이 아직은 환하니 말입니다.
목멘님은
저짝이 대낮같죠?ㅋㅋㅋㅋㅋ
칼있으마님의 댓글
칼있으마
미안하지만
음악은 듣다 닫았습니다.
닮은꼴이 장송곡이라서리.
괜히 뭣모르고 틀다
재산, 전깃세로 탕진하면 책임지시겠습니까?
안 아깝도록
되도록이면 몸매 확연한 걸그룹들걸로.ㅋㅋㅋㅋㅋ~~~
음악은 듣다 닫았습니다.
닮은꼴이 장송곡이라서리.
괜히 뭣모르고 틀다
재산, 전깃세로 탕진하면 책임지시겠습니까?
안 아깝도록
되도록이면 몸매 확연한 걸그룹들걸로.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