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욕설, 비방, 광고, 도배질 글은 임의로 삭제됩니다.

결핍

페이지 정보

목멘천사

본문

폐가 순례 1 - 마종하
 
국수로 나를 때우고
전호리에 닿았어.
북향의 빈 집 한 채.
장독이, 굴뚝이 부서져 있고
아기 신발이 길을 잃었어.
물어보니, 남편은
목수로 전국을 떠돌고
아내는 고촌에서
포장마차를 부린단다.
아기는 본시
우주가 집이었으므로,
엄마가 별로 지키겠지.
두 손 나부껴 반짝이는
아기의 우주 만세.

++

공감을 한다는 것은 밑줄 긋기와도 같다.
누구의 시, 누구의 말, 누구의 노래라도 상관이 없다.
마종하 시인의 시를 읽으며 밑줄을 긋고 각주를 달면 그것은 이미 내 말이 되고 내 이야기가 되고만다. 
밑줄 그을 곳이 없다면 아무리 名詩라도 내 것이 아니다. 

기형도 시인의 그 음울하고 어둑하고 빛없는 축축함이나
정호승 시인의 사색이 너무 깊어 마치 철학자처럼 보이는 눈사람을 읽으며
내가 겪은 과거와, 내가 겪는 현제와, 내가 겪을 미래에 대하여 時空을 초월한 공감을 하여
그들의 감성에 굵은 형광펜으로 밑줄을 긋는다면 그들이 내가되며 내가 곧 그들이다.

이 모든 밑줄들의 근원은 결핍이다.
글을 쓰건, 글을 읽건 그러한 결핍감에 마취제를 주사하는 것은 결국 제 팔뚝인 것
아마 기형도도, 정호승도 결국은 스스로를 마취하려 제조한 마취제였을 거라고 가당찮은 생각을 해본다.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있는 것이 삶이고 
세상 일이 마음 먹은데로 된다면 세상은 얼마나 삭막 하겠냐고 스스로를 위로하며 늘 내가 내게 말하지만
이것이냐, 저것이냐 가리고 따져가며 발꼬락에 굳은 살 박혀가며 뛰고 또 뛰어도 마지막에 남는 것은
내 삶의 밑바닥에 얼비치는 외로운 영혼과 결핍뿐
가슴에 돌들이 타닥 타닥 굴러내린다...

밑줄을 그을수가 없다면 독백이라도 혼자 해야 하니까..

+

오늘은 라싸 변두리 588번 버스 종점 근처의 방을 하나 얻으러 왔다.
보증금 30불에 월세 20불이라는 폐허 보다는 조금 쎄련된 빨강색 양철지붕 집이다.
108개의 갈라진 콘크리트 계단을 기를쓰고 올라야 하는 라싸 하늘아래 첫번째 집..

집주인 아저씨는 수타 국수의 명인인지라 중국 청도의 '진짜루'라는 중국집에서 일을 한다고 했고
주인 아줌마는 라싸 시내에 있는 '까끌래 뽀끌래'라는 미용실 원장님이라고 하며
볼따구니가 통통하고 잘 익은 홍시처럼 발그스레한 2살짜리 아가 하나가 있는데 
집세를 5불 깎아 줄테니까 바쁜 자기네들을 위하여 하루에 6시간씩 베비시터를 해달라고 한다.

주인 부부의 제안을 심사숙고 하다가 왜 갑자기 마종하 시인의 시가 생각이 나고
더 나아가 + 위에 써있는 이상한 글들을 써제꼈는지 그 이유를 모르겠다.
요즘 내가 많이 결핍한건 확실한 것 같다.

결핍이 지나치면 독백을 넘어 헛소리라도 해야 하니까..



추천 5

작성일2020-02-01 20:09

칼있으마님의 댓글

칼있으마
시가 참 좋네요.

읽어 보니

폐가라기 보다는

가족해체에 가깝단 생각이 드네요.

부부면서 부부도 아닌 부부가 등장하고요
아마 아이는 죽은 듯 싶고요.

그렇게 가족은 뿔뿔이 흩어졌고
그래서 그 가족이란 구속관계를 유지시켜줬던 집은 폐가가 되게 된 거고요.

여기서 시인은 어떤 메세질 던졌을까요?

예, 바로 그겁니다.

부부는 저렇듯 떨어져 있으면
자식이고 서방이고 마눌이고간에
눈에 뵈는 게 없어 다 팽개치고
각자 딴년, 딴놈만나 살림을 차린다.

그래서 가족은 한지붕 아래서 살아야 하고
그래서 부부는 한침대를 써야하고
그래서 부부는 주 2-3회는 살을 섞어 살정을 쌓아야만이
집안이 평화롭고 나아가 가족해첼 막을 수 있다.
뭐 그런 메세지라 하겠습니다.

목멘천사님은 주 몇 회?ㅋㅋㅋㅋㅋ

칼있으마님의 댓글

칼있으마
결핍이라......

목멘천사님의 결핍은 뭔 결핍일까?

어렵지 않게 뭔 결핍인갈
글 내에서 찾아냈지요.

바로

여자결핍

인게로군요.

을매나 여자결핍증세가 심하면 그래

뻐쓰 번호를

588

번으로 했을까.

참, 가슴이 시려옵니다.

여자결핍

을 은근 숨기려고
뭔 말도 안 되게
깽뚱한 시인들을 잡아다 놓고
다구리를 놓으시는지 참.

다리 좀 놔 드릴까요?ㅋㅋㅋㅋㅋ

칼있으마님의 댓글

칼있으마
결론은

전체적으로 매우 인상적인 좋은 글였습니다.
많은 걸 배웠습니다.

감사합니다.~~~

목멘천사님의 댓글

목멘천사
아무리 삼강오륜이 땅바닥에 패댕이를 쳐진후
삼강과 오륜이 따로 분리 수거가 되는 시대라지만
부부가 살을 섞어야 한다는 말씀은 지나치십니다.
부부는 일년만 살면 남녀가 아니라 가족입니다.
가족간에는 그런 짓 하면 안되는 겁니다.

남녀간 횟수를 묻는 것이라면 질문이 잘못 되었습니다.
주 몇회가 아니라 하루 몇회로 정정 해주십시요.

목멘천사님의 댓글

목멘천사
여자결핍 역시 잘못 아셨습니다.
이곳은 티벳국 라싸시 충량리, 588번 뻐스 종점 근처입니다.
시간 나시면 한번 놀러 오십시요.

목멘천사님의 댓글

목멘천사
헌데..
...

다리는 언제쯤 놔주실건지...
궁금해서 묻는건 절대 아닙니다
말씀을 하신지라 그냥 예의상 여쭈어 봅니다.
정말입니다.
자유게시판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추천
1600 김태희 새 드라마 첫 촬영 현장 인기글 pike 2020-02-11 2905 0
1599 지울수 없는 핏자국 댓글[7] 인기글첨부파일 어제뉴스 2020-02-11 2822 4
1598 전 자유 한국당 국회의원님의 근황 댓글[5] 인기글 어제뉴스 2020-02-11 3012 2
1597 EastMeetEast에서 내가 새삼 깨닭은 사실. 댓글[2] 인기글 dongsoola 2020-02-11 2090 0
1596 유람선의 미스테리 {19금} 댓글[5] 인기글 원조다안다 2020-02-11 3281 3
1595 이제 한국에서 패배한 토왜들이 홍콩 중국진출 댓글[2] 인기글 dongsoola 2020-02-11 2445 0
1594 중국 출신 아이돌 멤버들이 한국에서 뜨고 나면 결국 중국으로 날라버리는 이유. 인기글 pike 2020-02-11 2985 0
1593 새끼 고양이를 주워왔는데 느낌이... 댓글[5] 인기글 pike 2020-02-11 3446 0
1592 택시 기본요금보다 싼 항공권 인기글 pike 2020-02-11 2785 0
1591 식후 10분 걷기의 효과 인기글 pike 2020-02-11 3716 0
1590 같이자 인기글 pike 2020-02-11 3534 0
1589 한애는 예쁘고 한애는 똑똑하고..수아 수지..아직 6살이라 재밋잇구만... 댓글[1] 인기글 하얀눈 2020-02-11 3098 0
1588 무릎이 아픈 사람은 바스웰리아 한번 드셔 보세요..내가 먹어보니 효과가 잇더라.. 댓글[1] 인기글첨부파일 하얀눈 2020-02-11 3162 0
1587 시진핑 비판’ 中 학자, 생방송 중 끌고나가 댓글[1] 인기글 pike 2020-02-11 3076 0
1586 팡빈 공산당에 전쟁 선포 댓글[2] 인기글 pike 2020-02-11 3001 0
1585 조커 호와킨 피닉스의 대단한 연기력 댓글[1] 인기글 pike 2020-02-11 2971 0
1584 바이타민 케2 에 관한 비디오..2015년에 올라온 비디오 인디, , 처음 강연 내용은 다아는 내용일쎄..ㅎ… 댓글[1] 인기글 하얀눈 2020-02-11 2257 0
1583 한국의학박사 한양반이 알벤다졸 어느정도를 어느기간 먹어야 하는지 하는 비디오를 만들엇는디..제조회사 설명서에… 댓글[1] 인기글 하얀눈 2020-02-11 2864 0
1582 윈도우10 복구 부팅 디스크 ,복원,초기화 방법. 인기글 aaaa 2020-02-11 2345 0
1581 매그니시엄도 먹으라고 해서 사다 먹는디, 알고보니 먼 종류가 수십가지가 되냐..이거 멀먹야 되는지 참... 댓글[6] 인기글 하얀눈 2020-02-11 2969 0
1580 알티 뉴스를 보앗는디, 먼 캄파니 에이아이 컴퓨터는 코로나바이러스 땜시 52,000,000 이상이 죽을거라고… 댓글[2] 인기글첨부파일 하얀눈 2020-02-11 2886 0
1579 발뿌리만 보지말고.. 보통사람과 지도자의 다른점 인기글 dongsoola 2020-02-11 2231 0
1578 대부분의 사람들이 주말에 하는 것 댓글[1] 인기글 칼있으마 2020-02-11 2896 2
1577 깜장 빤쓰 인기글 칼있으마 2020-02-11 2795 2
1576 고국에 두고온 여러분의 정겨운 고향집! 댓글[6] 인기글첨부파일 내사랑 2020-02-11 3014 0
1575 물가 상승률 제로인 시골 장터.... 댓글[3] 인기글첨부파일 내사랑 2020-02-11 3147 0
1574 세경고등학교 급식 수준 댓글[4] 인기글첨부파일 내사랑 2020-02-11 2931 0
1573 화장품 리뷰하다 방심한 BJ 인기글 pike 2020-02-10 10328 0
1572 이맛에 개 키움 댓글[2] 인기글 pike 2020-02-10 2790 1
1571 조폭 두목 주점서 행패부리다 살해 당해…주점 주인 등 자수 인기글 pike 2020-02-10 3212 0
게시물 검색
* 본 게시판의 게시물에 대하여 회사가 법적인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