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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선 (예일한의원)
2024-07-01 항암치료 중엔 무얼 먹어야 할까요
돌맹이같이 단단한 응어리가 만져진다고 붙은 이름인 암(癌)은 ‘입구(口)’자를 세 개나 가진 만큼 식이요법이 매우 중요하게 여겨집니다. 암세포가 주변 정상 세포들의 자양분까지 빼앗아 갈 뿐만 아니라, 항암치료 과정에서 거치게 되는 수많은 처치와 약물들 또한 식욕과 에너지를 잃게 해서 영양실조의 위험을 증가시킵니다. 그러므로 암이 발병한 이후에는 적절한 영양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항상 신경써야 합니다. 때문에 항암치료를 받을 때 지켜야 할 식이요법은 건강이 무탈할 때 지향해야 할 식단과는 다소 차이가 있습니다. 체중감소를 최소화하고 항암치료로 인해 직면하게 될 여러 상황들에 대처할 수 있는 에너지를 유지하기 위해 고단백 고열량 음식을 섭취해주어야 합니다. 비록 컨디션이나 식욕이 좋지 않더라도 충분한 영양분을 잘 섭취해준다면 체력을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단백질은 항암치료 과정에서 손상된 신체 조직을 복구하고 건강한 면역 체계를 유지하는 데 필수이기 때문에 특히 수술이나 화학요법 및 방사선요법을 받은 후에 잘 섭취해주도록 합니다. 단백질 공급원으로는 살코기, 생선, 가금류, 각종 치즈와 요거트 등을 포함한 유제품류, 계란, 견과류, 콩류, 두부나 두유, 단백질 분말 등이 있습니다. 탄수화물과 지방은 체중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칼로리를 공급해줍니다. 탄수화물 공급원에는 과일, 전분질 채소(옥수수, 감자, 고구마), 곡물(쌀, 퀴노아, 오트밀 등), 파스타, 시리얼, 꿀, 메이플 시럽 등이 있습니다. 지방 공급원은 올리브 오일 등의 오일류, 견과류, 씨앗류, 아보카도, 버터, 마요네즈, 우유/치즈류/요거트/아이스크림을 비롯한 전지방 유제품 등 입니다. 우리 몸의 세포가 제대로 성장하고 발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비타민과 미네랄 등의 무기질도 잘 섭취해줘야 합니다. 각종 과일과 채소, 뿌리채소, 곡물, 견과류 등을 식단에 포함하도록 합니다. 다만 항암치료를 받는 당일에는 조금 가볍게 먹는 것이 좋습니다. 간단하고 간이 세지 않은 간식을 챙겨가서 천천히 여러 번에 걸쳐 나누어 먹도록 합니다. 또한 적절한 운동은 치료과정에서 발생하는 식욕 부진과 소화불 량 및 불면증 등을 개선하는 데 도움을 주므로 강도가 높지 않은 걷기 정도의 운동을 꾸준히 해주면 좋습니다
이윤선 (예일한의원)
2024-05-01 한약의 약리기전을 새롭게 설명하는 현대과학
인삼의 주 성분 중 하나이자 면역력을 증진시키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잘 알려진 사포닌은 사실 도라지에도 못지 않게, 혹은 그 이상으로 함유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약효는 사포닌을 포함한 여러 성분들이 네트워크를 이루어 상호작용을 하며 복합적으로 발휘되기 때문에 인삼과 도라지의 면역증강 효과를 단순히 사포닌의 함량만으로 비교할 수는 없습니다. 이를 잘 설명해주는 것이 ‘네트워크 사이언스(Network Science)’입니다. 네트워크 사이언스란 시스템의 구성 요소들이 복잡한 구조 속에서 어떤식으로 연결되어 상호작용을 하는지를 연구하는 분야입니다. 여기서 시스템은 단순한 인과관계를 가지는 선형의 연결구조가 아닌,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와중에 소수의 중추 허브(hub)가 존재하는 모델로 표현됩니다. 따라서 허브를 중심으로하는 여러 인자의 네트워킹 단위체가 함께 작용해 하나의 현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허브에 연결된 말단 가지의 인자는 무력화되어도 해당 작용단위의 현상이 여전히 나타나지만, 허브인자가 무력화된다면 아주 치명적이기 때문에 현상이 나타나지 않게 됩니다. 만일 이 모델을 기존의 환원주의적 관점으로 본다면 마치 허브인자가 해당 현상에 관련된 유일한 인자인 것으로 잘못 해석될 여지가 있게 됩니다. 네트워크 사이언스는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는데, 복잡한 인체생리현상 및 약리학 기전 등이 대표적입니다. 한의학과 더불어 신경생리학과 컴퓨터공학까지 석박사 및 포닥으로 심도있게 공부하신 가천한의대 한의생리학과의 김창업교수님은 한약의 약리기전을 해석하는 방향성을 이에 근거해야 한다고 역설합니다. 선형적이고 환원주의적인 이전의 방식으로는 특히나 한약과 같은 복합성분의 약리기전을 설명하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 입니다. 전통적인 한의학 이론에 근거한 한약의 약리기전은 분명히 건재하고 그 가치가 충분히 있지만, 전혀 다른 새로운 시각에서 한의학을 바라보고 해석해보는 것 또한 충분히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한의계에서도 시대의 흐름에 맞춘 연구가 더욱 활발히 진행되어 더 많은 분들의 건강 증진에 큰 도움을 드릴 수 있길 바래봅니다. 예일한의원 이윤선 한의사
이윤선 (예일한의원)
2024-03-03 AI 한의사가 진료를 볼 날이 머지않은걸까
인공지능 (Artificial Intelligence, AI)의 출현이래 지금까지도 ‘앞으로 사라지게 될 직업 전망’과 같은 자극적인 주제는 꾸준히 입방아에 오르내려왔습니다. 그 중 한의사는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AI로 대체될 가능성이 비교적 낮은 직군으로 분류되곤 했습니다. 그러나 챗GPT를 비롯한 거대언어모델(Large Language Model, LLM)의 등장 이후 AI가 비약적으로 발전을 하며 그 또한 장담할 수 없게 된 듯 합니다. 작년 말, 한국에서는 최신버전의 챗GPT인 GPT-4가 한의사 국가고시를 통과하며 화제가 되었습니다. 그에 앞서 이미 작년 초에 미국의 의사면허시험도 통과를 했던 챗GPT이지만, 주로 학습을 해온 언어가 영어이기 때문에 한국어 학습도가 비교적 미흡하다는 점과 한국의 국가고시이므로 내포된 지역특수성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놀라운 결과가 아닐 수 없습니다. 물론 아직은 면허시험을 가까스로 통과할 정도의 습득력만을 갖추어 의료진의 전문적인 판단이 필요한 영역까지 활용하기에는 한계가 있지만, 눈 깜짝할 사이에 기술이 향상되곤 하는 요즘이니 정말 AI 한의사가 번듯이 진료를 보게 될 날이 머지않았을지도 모릅니다. 한국에서 해당 연구를 주도했던 가천한의대 한의생리학과의 김창업 교수님이 지난달에 대한한의사협회 미주특별지부 회원들을 대상으로 흥미로운 강연을 해주셨습니다. 동국한의대를 졸업 후 서울대 의대 신경생리학 석박사를 마치고 동대학교 컴퓨터공학부 포닥까지거친 석학이신만큼, 여러 과학분야의 연구방법을 한의학의 특성에 맞게 적용시켜 연구해오신 발자취가 녹아든 묵직하고도 신선한 강연이었습니다. Medical AI분야의 전문가로서 스탠포드의대 신경생물학과의 연구실에 객원연구원으로 와 계시기도 하니, 많은 회원분들이 더욱이 AI와 한의계의 미래에 대해 열띤 질의응답과 토론을 나눠주셨습니다. 좋은 아이디어들도 많이 제기되어 교수님의 과제가 늘어난 밤이었습니다. 다음에는 교수님의 강연내용을 일부나마 간략히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이윤선 (예일한의원)
2024-01-01 밤에는 잠이 안 오고 아침에 일어나기가 힘드신가요?
불면증에는 다양한 양상이 있는데, 특히 현대인들에게 많이 나타나는 양상으로 수면위상지연증후군(Delayed Sleep Phase Syndrome, DSPS)을 꼽아볼 수 있습니다. 밤에 제때 잠들지 못해 늦게 자고 아침에 일어나기 어려워 늦게 일어나거나 일찍 일어나더라도 일상 생활에 장애를 겪게 되는 증상입니다. 전체적인 수면시간 자체가 부족하지 않더라도 만성적인 피로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로부터 황제내경과 동의보감 등의 주요 한의서적에도 양생법을 통해 때에 맞게 수면을 취하는 것의 중요성을 언급해왔습니다. 하루의 낮과 밤이 바뀌는 음양의 교체에 따라 인체도 음양이 각각 자라나고 쇠하기 때문에, 이에 따라 양이 자라나고 음이 쇠하는 낮에 활동 하고 음이 자라나고 양이 쇠하는 밤에는 수면을 취해야 함을 강조합니다. 이는 현대에서 일컫는 일주기(circadian rhythm)와 일맥상통하는 내용입니다. DSPS를 가볍게 여기고 방치해서 장기간 수면의 질이 좋지 않을 경우 뇌에 노폐물이 축적되어 치매 등의 뇌질환이 생길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또한 집중력이 저하되고 감정을 통제하기 어려워지며 우울증이나 불안장애 등을 경험할 수 있으므로 가까운 의료기관과의 상담을 통해 적절한 치료를 받으시길 권고드립니다. 치료법에는 멜라토닌과 같은 약물을 통한 치료, 빛 조절법(Bright light therapy), 그리고 시간요법(Chronotherapy) 등이 있습니다. 시간요법은 잠에 드는 시간을 며칠에 걸쳐 매일 2-3시간 정도씩 조금씩 늦춰가며 정상시간대에 잠에 들 수 있게끔 하는 요법입니다. 도중에 낮밤이 아예 바뀌는 날이 있기 때문에 이 기간동안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을 것을 고려해서 시행합니다. 잠에 들기 1-2시간 정도 전부터는 휴대폰을 비롯한 전자기파를 멀리하고, 침실을 최대한 어둡게 유지하는 등의 개인적인 노력도 중요합니다. 백색소음과 같이 수면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소리를 작게 틀어두는 것도 좋습니다. 한방적으로는 맥진 및 설진 등을 통해 개개인에 알맞는 진단과 처방을 받아 수면주기를 되찾는 데에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새해에는 모두들 평안한 잠자리 이루실 수 있길 바랍니다. 청룡의 해, 갑진년에도 복이 가득한 한 해 되세요. 예일한의원 이윤선 한의사
이윤선 (예일한의원)
2023-12-01 세 치 혀가 말해주는 내 몸 건강
혀를 관찰해 우리 몸의 건강상태를 판단하는 설진(舌診)은 한의학의 대표적인 진단법 중 하나입니다. 설태의 색과 두께, 설체의 색과 붓기 등과 함께 혀가 갈라진 무늬나 혓바늘의 유무 또는 설하정맥 등의 특징을 함께 살핍니다. 보통 건강한 상태의 혀는 담홍빛에 적당히 윤기가 있고, 얇은 백태가 고르게 덮여있게 됩니다. 만약 태의 두께가 두껍다면 체내에서 노폐물대사가 원활하게 일어나지 않고 있거나 소화되지 못한 음식물이 아직 체내에 머물러있는 경우 등에 해당됩니다. 병리적으로 태가 얇은 경우도 있는데, 소화기관이 약하거나 진액이 부족한 경우 등 입니다. 설태의 두께와 함께 색깔도 종합적으로 살펴야 합니다. 설태가 흰색이면 초기병이거나 경증인 경우가 많아서 비교적 예후가 양호한 편입니다. 체내에 불필요한 수분이 쌓여있거나 몸이 허할 때, 또는 몸이 차거나 감기에 걸린 경우 등이 있습니다. 설태가 누런색이면 병리적으로 열이 많은 상태나 혹은 내과질환이 오래된 경우도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색이 더 짙어져 회색이나 흑색에 가까워질수록 병은 더 깊고 오래되어 예후가 불량해집니다. 설태를 살펴본 후에는 설체의 색과 기타 특징들을 살펴보아야 합니다. 설체의 색이 담홍색보다 더 옅으면 빈혈처럼 혈이 부족하거나 혹은 몸이 찬 경우이고, 반대로 더 붉으면 체내에 열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자색에 가까우면 어혈(瘀血) 증상이 있음을 의미합니다. 설체가 부어있거나 가장자리가 치아에 눌려서 생긴 치아 자국(치흔)이 있다면 노폐물과 수분대사가 원활하지 않음을 시사합니다. 그러나 혀의 크기에 비해 턱이 좁은 경우에는 병리적 기전이 없더라도 치흔이 생길 수 있으므로 유의해야합니다. 설진을 하기 전에 이염이 가능한 류의 음식물을 섭취했거나 양치를 하며 혀를 닦아내어 설태를 제거한 경우 등은 진단시 큰 영향을 끼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합니다. 이러한 경우를 최대한 피하기 위해서는 아침에 일어나서 양치를 하기 전에 가볍게 물을 한 모금 정도 마신 후에 살펴보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또한 설진만으로 확진하지 않고 다른 진단법에서의 여러 소견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최종 진단을 내리게 됩니다. 예일한의원 이윤선 한의사
이윤선 (예일한의원)
2023-11-01 안 아프게 침을 맞을 수는 없을까요
침의 효과가 좋다는 것을 알아도 맞기가 두려운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침치료를 받을 때 느껴지는 통증과 여러 생소한 감각들 때문일 것입니다. 이를 한의학에서는 '득기(得氣)'라고 일컫는데, 안타깝게도 이는 효과적인 침치료를 위해 필연적으로 발생해야 하는 감각입니다. 득기는 '기가 이르렀다 또는 도달했다'는 뜻인데, 혈자리를 제대로 찾아 알맞은 시술법으로 자침해서 특정 감각을 느껴야 비로소 치료효과가 선명하다는 의미를 내포하기 때문입니다. 한의학 고서에서는 득기의 대표적인 감각을 쑤시듯 시큰하고(산酸), 마비된 듯 감각이 무뎌지고(마痲), 묵직하고(중重), 부풀어 오르는 듯한 팽만한 압력(창脹) 등의 네 가지로 설명합니다. 그 외에도 냉감, 온감/열감, 벌레가 기어가는 듯한 느낌 등의 다양한 득기감이 있을 수 있습니다. 현대의학적 관점에서 본 침치료의 기대효과는 국소부위에서 유발되는 면역 및 화학작용 뿐만 아니라 뇌까지 전기신호를 전달해 발생된 생리기전을 포함합니다. 이 중 '득기'는 말단의 신경섬유를 통해 수집된 감각정보가 전기신호로 뇌에 전달되고 인지되는 일련의 과정으로 설명됩니다. 감각수용체의 역할을 하는 신경섬유는 직경과 전달속도에 따라 A, B, C 섬유로 나뉩니다. 직경이 가장 크고 전도속도가 빠른 A섬유는 다시 A-α, A-β, A-γ, A-δ 등의 네 종류로 구분되고 그 다음 B, C 순서로 직경이 작아지고 전도속도도 느려집니다. 이 중에서도 특히 통각수용섬유인 A-δ와 C섬유를 통해 전달되는 감각들은 통증으로 인지되기 쉽습니다. A-δ섬유로 전달되는 묵직함과 냉감, C섬유로 전달되는 시큰함과 온감/열감, 또 두 섬유가 모두 관여하는 pin-prick(바늘에 찔리는 느낌)등이 이에 해당됩니다. 득기감을 더 강하게 해서 치료효과를 높이기 위한 수기법도 있습니다. 침을 회전시키거나 침체를 긁고 튕기는 등 시술자가 직접 손으로 조작을 가하는 것입니다. 이 외에도 환자의 호흡법 또는 침을 꽂는 방향과 각도, 침의 굵기와 길이 등으로도 득기감을 조절할 수 있습니다. 침치료에 있어 득기감은 필수이지만 사람마다 체질, 체력, 통증을 느끼는 역치 등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통증의 강도가 너무 심하다면 억지로 참지 말고 침의 깊이나 각도, 위치 등을 조절하는 것이 좋습니다. 예일한의원 이윤선 한의사
이윤선 (예일한의원)
2023-10-01 Happy Halloween!
가을의 정취가 깊게 느껴지는 10월은 서구문화권에서 큰 명절 중 하나인 핼러윈데이가 있는 달입니다. 한두 달 전부터도 이곳저곳에서 호박 등의 관련 장식물과 식재료를 파는 것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핼러윈의 상징과도 같은 ‘Pumpkin spice’일 것입니다. 이는 계피, 육두구, 정향, 생강 등으로 이루어진 향신료인데, 실제로 호박이 들어가지는 않지만 예로부터 펌킨 파이 등의 호박 관련 레시피와 조합이 좋아 함께 자주 쓰이며 붙은 이름이라고 합니다. 이들은 맛으로 뿐만 아니라 약효로서의 조합도 좋은 편입니다. 먼저 각 재료별로 특징을 살펴보겠습니다. 계피는 한약재의 육계와 비슷한 재료입니다. 같은 나무의 같은 껍질부위를 사용하는데 계피는 주로 약 4-5년 정도 된 어린 나무에서 채취하고, 육계는 10년 이상 자란 나무에서 채취한다는 정도의 차이만 있습니다. 육계는 성질이 뜨겁고 맛은 맵고 달며 향이 강해서 특히 소화기 계를 따뜻하게 데워주는 효능이 있습니다. 육두구는 주로 열대지방에서 자라서 약성이 따뜻하고 매우며 향이 강한 편입니다. 역시 몸을 따뜻하게 데우고 기의 흐름을 원활하게 하며 소화를 돕습니다. 또한 속이 차서 설사를 하는 데 쓰이기도 합니다. 정향은 못(丁못 정)을 닮은 생김새와 특유의 향 때문에 붙은 이름입니다. 소화제로 유명한 까스활명수의 주재료 중 하나로 그 독특한 맛을 내는 데 한 몫을 하기도 합니다. 이 또한 따뜻한 성질과 매운 맛을 지녀 속이 자주 차고 소화가 잘 되지 않는 경우에 도움을 줍니다. 생강은 성질이 약간 따뜻한 편이며 맛은 매워서 감기기운을 흩어주거나 가래를 삭이고 속을 데워 구토를 멎게하는 등의 효능이 있습니다. 위의 약재들은 공통적으로 향신료로 쓰일 만큼 고유의 향이 강하며 따뜻한 성질을 가집니다. 함께 쓰이면 속을 따뜻하게 데워 소화를 돕고 또한 감기의 예방 및 치료에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평소보다 열량이 높은 음식을 더 많이 먹게되는 명절인데다 환절기를 막 지나 서늘한 절기적 특성까지 더해진 핼러윈데이에 매우 적절한 음식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모두들 따뜻한 펌킨 스파이스 라떼 한 잔과 함께 행복한 할러윈, 포근한 10월 되시길 바랍니다. 예일한의원 이윤선 한의사
이윤선 (예일한의원)
2023-09-01 참된 건강은 예방으로부터
질병이 발생하기 전에 미리 예방을 하는 것은 한의학에서 재차 강조하는 중요한 덕목이자 양방의학에 반해 갖는 큰 장점 중 하나입니다. 이는 '치미병(治未病); 아직 병이 되지 않은 것을 치료함'이라는 문구로 여러 한의학 관련 문헌에 등장합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한의학의 바이블과도 같은 에서 언급되는 치미병의 의미를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 살펴보겠습니다. 우선, 아직 질병이 발생하지 않은 건강한 몸상태를 양생법에 따라 관리 및 유지하며 질병에 걸리지 않도록 미연에 방지한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여기에서는 양생의 중요성이 강조됩니다. 양생의 핵심은, 면역력으로 해석될 수 있는 '정기(正氣)'를 보전하고, 우리가 생명활동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하는 가장 근원적 물질인 '정(精)'을 길러 몸을 강건하게 유지하는 데 있습니다. 양생은 크게 육신과 정신의 수양으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그 중 특히 육신을 수양할 때에는 운동, 식이조절, 규칙적인 생활, 적절한 활동과 휴식을 취하는 것 외에도 직접적인 한의치료법인 침치료와 한약치료의 도움을 크게 받을 수 있습니다. 둘째는 사기(邪氣)가 이미 체내에 침입했으나 아직 질병이 발생하지 않은 상태일 때 더이상 질병으로 발전되지 않도록 막는 경우입니다. 어떤 질병의 전조증상이 나타났을 때, 혹은 별다른 증상이 없을지라도 혀와 맥의 상태 등을 보아 미묘하게 건강에서 벗어난 것을 감지해 치료하는 것입니다. 이를테면 몸이 허한 상태에서 찬바람을 맞으면 귀 뒤나 한 쪽 얼굴에서 뻣뻣한 느낌이 들거나 목 뒷줄기에서 으슬으슬하고 추운 느낌이 들 수 있습니다. 이는 중풍의 전조증상 또는 기타 다른 질병으로 발전될 가능성이 있는 증상이므로 더 진행되기 전에 반드시 치료를 해야합니다. 마지막은 사기(邪氣)가 체내에 침입해 질병이 생긴 후 그 병이 발전해서 다른 장부로 전이되는 것을 방지하는 것입니다. 한의학적으로 서로 쉽게 병이 전이되는 장부들이 있는데, 간(肝)과 비위(脾胃)가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간에 이미 사기가 들어 병이 생겼으나 아직 비나 위로는 전이가 되지 않은 경우, 단지 간의 사기만을 제거하기보다는 비와 위를 함께 보해주는 처방약을 써서 치료할 수 있습니다. '치미병'의 지혜를 통해 모두들 어렵지 않게 건강을 챙기실 수 있길 바랍니다. 예일한의원 이윤선 한의사
이윤선 (예일한의원)
2023-08-01 불과 물의 만남 ‘엘리멘탈’
픽사가 최근에 선보인 애니메이션 '엘리멘탈'이 특히 한국에서 화제입니다. 한국계 미국인 Peter Sohn 감독이 미국으로 이민온 부모님과 이민 2세대로서의 본인의 경험에 한국적인 요소들을 더해 담아냈기 때문일 것입니다. 엘리멘탈은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 사원소설에 따른 물, 불, 흙, 공기 등 네 종류의 원소들이 모여살며 고유의 특성 차이에서 벌어질 수 있는 이야기들을 풍부한 상상력을 동원해 그려낸 작품입니다. 동양철학의 오원소설(물, 불, 흙, 나무, 금속)과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두 설의 공통분모이기도 한 불과 물 원소가 이 작품의 두 주인공입니다. 여주인공은 불의 원소로 붉은색에 화가 많고, 남주인공은 물의 원소로 푸른색에 눈물이 많고 감성적인 캐릭터로 묘사됩니다. 감정을 직관적으로 색깔과 연결지어 시각화 한 것인데, 이는 픽사가 이전에 선보였던 '인사이드아웃'에서 화가 많은 '버럭이'를 붉은색으로, 우울한 '슬픔이'는 파란색으로 표현했던 것과 비슷한 맥락입니다. 분노는 우리 몸의 기를 상승시키는 반면, 슬프고 우울한 감정은 기를 가라앉고 사그라들게 합니다. 이는 각각 붉고 푸른 색깔 뿐만 아니라, 뜨거운 불과 차가운 물의 이미지와도 매칭이 됩니다. 작품 속의 불과 물 원소들은 서로 닿으면 불은 꺼지고 물은 증발되어 사라질 것이라 믿고 서로를 두려워합니다. 하지만 두 주인공이 맞닿았을 때 서로 섞이지도 소멸되지도 않으면서 일렁여 교감하는 장면이 연출됩니다. 여기에는 수화지교(水火之交)의 철학이 잘 담겨있습니다. 자연의 이치상 불길은 위로 치솟고 물은 아래로 흐르게 마련입니다. 만일 물이 위쪽에, 불이 아래에 위치해있다면 물은 끊임없이 아래로 흘러불을 꺼뜨리기 쉽고 또 화염은 위로 솟구쳐 물을 말려버리기 쉬울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 인체는 불의 속성을 지닌 심장이 상부에, 물의 속성을 지닌 신장은 하부에 위치해서 이 둘 사이의 기운이 순환되는 생리기전을 통해 살아갑니다. 이것이 바로 불과 물의 각 속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서로 섞여 조화롭게 기를 운행하는 '수화지교'의 의미입니다. 다만 그러기 위해선 고유 특성에 반하는 방향으로 소정의 에너지가 필요한데, 두 주인공에게는 서로를 사랑하고 위하는 마음이 그 연료가 된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봅니다. 예일한의원 이윤선 한의사
이윤선 (예일한의원)
2023-07-01 차(tea)로 살펴보는 한의학
마트에서도 흔히 구할 수 있는 차나 티백의 원재료 중에는 한약재로도 자주 쓰이는 것들이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둥굴레의 뿌리줄기를 말린 것은 차로 활용되는 대표적인 약재로, 옥죽(玉竹)이라는 약재명을 가집니다. 음액을 무난하게 보충해주어 특히 폐와 위가 열로 인해 건조하고 마르는 증상에 적합합니다. 입과 목구멍이 마르고 갈증이 날 때나 마른기침을 할 때에 가볍게 차로 마시기 좋습니다. 옥미수(玉米鬚)라 불리는 옥수수수염은 붓기를 빼주고 다이어트에 도움이 되는 차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나 과도한 체내수분을 소변으로 빼내는 효과가 탁월하고, 당뇨병 및 고혈압 등의 경우에도 단용하거나 혹은 다른 약물과 배합해 치료 효과를 볼 수도 있습니다. 눈에 좋은 차로 유명한 결명자(決明子)는 그 이름에서부터 효능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눈이 붉고 깔깔하거나 침침할 때, 혹은 쉽게 눈이 부시고 이유없이 눈물이 자주 흐를 때 등 눈의 건강과 관련해 다양한 증상에 활용될 수 있습니다. 또한 보통의 씨앗류가 그러하듯 변비에도 도움을 줍니다. 국화차 또한 눈에 좋기로 잘 알려져있는데, 눈 앞이 뿌옇고 혼탁하거나 특히 각막에 염증을 비롯한 여러 질환이 있을 때 활용할 수 있습니다. 또한 열증상을 위주로 한 감기 및 두통과 어지럼증에도 효과가 있습니다. 꽃의 색에 따라 효능에 약간의 차이가 있는데, 흰국화 보다는 노란국화가 상기의 증상에 더욱 알맞습니다. 다섯가지 맛이 난다는 뜻의 오미자(五味子)는 특히 여름에 입이 마르고 갈증이 날 때 새큼달큼하게 음료처럼 마시기 좋습니다. 땀을 많이 흘리거나 오랜 설사 등으로 인해 체내에 진액이 부족할 때 또는 몽정및 유정(遺精)에도 효과가 있습니다. 오미자는 덜 익었을 때 말리면 검은빛을 띠는데, 잘 익힌 후 말려서 선홍빛이 도는 것을 사용해야합니다. 대추는 많은 처방에 생강과 함께 쓰여 주 약재의 효능을 돕는 용도로 자주 쓰이지만, 홀로 달여 차로 마시기도 합니다. 입맛이 없고 식사량이 적으며 변이 무르거나 기운이 없는 등의 증상에 좋습니다. 또한 심장이 두근두근 뛰고 신경이 곤두서며 심적으로 불안정할 때에도 꿀을 함께 타서 따뜻하게 마셔주면 좋습니다. 위의 약재들은 비록 차로 가볍게 마시기도 하지만 과용하거나 오남용하지 않도록 유의하시길 바랍니다. 예일한의원 이윤선 한의사
이윤선 (예일한의원)
2023-06-23 식재료 속의 약재들
예로부터 우리 선조들은 병을 치료하기 위해 동식물이나 광물 등과 같은 천연 재료들을 약재로 삼아왔습니다. 때문에 몇몇 약재는 이미 우리에게 익숙한 과일이나 채소 등의 식재료 속에서 찾아볼 수 있기도 합니다. 이를테면 총백(蔥白)은 대파의 뿌리를 포함하는 하얀 밑동 부분을 말린 약재입니다. 맵고 따뜻한 성질이 찬 기운을 몸 밖으로 흩어줘서 감기에 걸려 열나고 오한이 들 때 쓸 수 있습니다. 이럴 때 몸보신 요리로 닭육수를 내며 파 밑동을 함께 넣어 끓여주면 좋습니다. 도라지의 뿌리를 말린 것은 길경(桔梗)이라 하는데, 인후부와 흉격 질환에 자주 쓰이는 약재 중 하나입니다. 기침을 하며 가래가 많이 나오는 경우나 가슴이 답답하고 인후통이 있는 경우에 활용할 수 있습니다. 특유의 쓰고 매운 맛 때문에 단맛이 나는 감초와 잘 배합이 되곤 하는데, 차로 마실때는 대신 꿀을 조금 타주면 목 건강에 도움이 됩니다. 마의 뿌리를 말린 산약(山藥)은 고유의 점성으로 우리 몸의 부족한음과 진액을 보충해줄 수 있습니다. 한편으론 수렴성을 가지기도 해서 유정(遺精)이나 설사 등의 증상에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또 마에 풍부한 뮤신(mucin) 성분이 과다하게 분비되는 위산으로부터 위벽을 보호해주고, 여러 효소 성분들은 소화를 돕고 인슐린 분비를 촉진시켜 당뇨예방에도 도움을 줍니다. 그러므로 마의 뿌리를 갈아 즙을 낸 것은 아침식사 대용으로 마시기 좋습니다. 귤껍질도 약재로 쓸 수 있는데 덜 익은 푸른 귤의 껍질은 청피(靑皮), 잘 익은 노란 귤의 껍질을 말려서 묵힌것은 진피(陳皮)라고 합니다. 둘은 모두 우리 몸 속에 뭉친 기를 산뜻하게 흩어주는 역할을 하지만 서로의 맛과 효능은 조금씩 다릅니다. 우선 청피는 주로 간의 기가 뭉쳐 옆구리가 결리고 아픈 데에 쓰입니다. 설익은 껍질의 쓴 맛이 강하기 때문에 과육과 함께 편을 내어 청으로 담궈두었다 복용할 수 있습니다. 반면 진피는 좀 더 단맛이 있고 성질이 온화해서 비위와 폐의 기 흐름을 원활히 해주어 소화를 돕고 가래를 삭일 수 있습니다. 또한 딸꾹질을 가라앉히는 효과도 있어 진피로 차를 우려 마시면 도움이 됩니다. 비록 식재료로 활용이 가능한 약재들일지라도 과용하거나 오남용하지 않도록 주의하시고, 상기와 비슷한 증상이 있으실 때에는 전문가 와의 상담을 권장드립니다. 예일한의원 이윤선 한의사
이윤선 (예일한의원)
2023-04-30 균형과 조화의 미학
한의학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철학은 균형의 의미를 지닌 중용(中庸)에서 비롯됩니다. 우리 몸의 모든 기운이 잘 어우러져 균형을 이루며 운용될 때를 건강한 상태로, 그 유기적 균형이 깨진 것을 병의 상태로 보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레 강조되는 또 하나의 덕목은 바로 '조화(調和)'입니다. '조화'는 한약을 지을 때, 약재들 간에서도 지켜져야 할 방칙 중 하나입니다. 제각기 다른 성질을 가진 여러 약재들이 한데 모여 일정한 방향성을 갖고 뚜렷한 치료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이들을 조화롭게 아우르는 약재가 있어야합니다. 이 '조화제약(調和諸藥)' 약재의 대표로 감초를 꼽아볼 수 있습니다. 감초는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평(平)한 성질과 단맛을 지닌 약재로, 들어가지 않는 처방이 드물 정도로 널리 사용됩니다. 때문에 모든 일에 빠짐없이 끼어드는 사람이나 꼭 있어야할 물건을 비유적으로 '약방의 감초'라 표현하기도 합니다. 문헌에 이르기를 감초는 성질이 뜨거운 약이든 찬 약이든 그 맹렬한 기운을 완화시켜 우리 몸에서 큰 이질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해줍니다. 또한 부족한 것을 보충하는 성질을 지닌 약재든, 넘치는 것을 깎아내는 성질을 지닌 약재든 모두 그 기질이 급하게 작용하지 않도록 완충제의 역할을 합니다. 이 외에도 근육의 긴장을 풀어주는 등의 다른 독립적인 효능도 있지만, 말 그대로 '감초 역할'로 더욱 쓰임이 많은 약재입니다. 감초 못지않게 조화제약의 역할로 두루 쓰이는 또 다른 약재는 생강 세 쪽과 대추 두 알의 조합인 '강삼조이(薑三棗二)'입니다. 생강과 대추는 서로 반대되는 성질을 갖는데, 때문에 오히려 서로의 모난 부분을 보완해주는 조합이 됩니다. 지나치게 자극적일 수 있는 생강의 매운 맛을 대추의 단맛이 보완해주고, 또 반대로 대추가 너무 찐득하게 약의 점도를 높이지 않도록 생강이 가볍게 흩어주고 약성이 잘 퍼질 수 있게 해줍니다. 현대에 와서는 무게수로 각각 3g 또는 4g 정도로 치환되어 쓰이고 있습니다. 부작용이 없을 것만 같은 이 약재들도 주의해서 복용해야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부종이 심하거나 속이 자주 메슥거리며 소화가 잘 되지 않는 경우 등입니다. 또한 증상에 맞더라도 과하게 사용하면 역시 부작용이 생기거나 전체 처방의 효능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유의해야 합니다. 균형과 조화를 위해 사용되는 약재 또한 적재적소에 적정량을 사용해야 한다는 점에서, 한의학의 정수와도 같은 중용의 미학을 엿볼 수 있습니다. 예일한의원 이윤선 한의사
이윤선 (예일한의원)
2023-04-02 발목을 삐끗했을 때 어떻게 관리할까요?
한의원에는 발목을 삐어 내원하는 분들이 많이 계십니다. 이는 발목 관절의 인대가 순간적으로 가해진 큰 힘에 의해 과하게 늘어나거나 손상을 입는 경우로 '발목 염좌'라고도 일컫습니다. 발목에 염좌를 입는 과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인대의 해부학적 특징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인대는 관절부위에서 뼈와 뼈를 이어주는 질긴 섬유성의 결합조직으로 탄성이 매우 높습니다. 늘리기 힘든 땡땡하고 질긴 고무판에 빗댈 수 있는데, 이러한 특성은 운동시 관절의 가동범위가 최대치를 넘어가지 않도록 제한하며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줍니다. 반면 쉽게 늘어나지 않는 만큼 한 번 정상가동범위를 넘어서 늘어나게 되면 회복에 오랜 시간이 걸리거나 심하면 파열이 되기도 합니다. 특히나 발목부위의 인대는 체중이 실리며 순간적으로 훅 꺾이면 크게 손상을 입게되므로, 다른 관절의 인대에 비해 염좌를 입을 확률이 높은 편입니다. 보통 발목이 안쪽으로 꺾이는 내번(inversion)의 상태에서 외측 인대를 다치는 경우가 흔하고, 간혹 반대방향으로 외번(eversion)되며 내측 인대를 다치기도 합니다. 부상시 인대를 비롯한 주변 조직들이 손상되면 염증반응이 일어나 해당 관절부위가 붉게 부어오르고 열감과 통증을 호소하게 됩니다. 특히 초기에는 이 부종과 열기를 빨리 가라앉혀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조직 삼출물 등의 액체가 저류되어 부종이 생기면 손상된 인대와 주변 조직들에 압력이 가해져서 통증과 뻣뻣함 등이 더 오래 지속되기 때문입니다. 또한 염증반응 중에 발생된 열은 해당 과정에 관여하는 여러 효소들이 제대로 작용할 수 없게하므로, 회복 속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환부를 충분히 냉각시켜줘야 합니다. 이를 돕는 중요한 자가관리법으로는 RICE 요법이 있습니다. 충분히 휴식을 취하며 최대한 발목을 쓸일이 없도록 하고(Rest), 붉게 부어오른 관절부위에 얼음찜질(Ice)을 해줍니다. 또한 부상부위를 압박하고(Compression), 중력에 의해 부종이 가중되지 않도록 발목의 위치를 높여줍니다(Elevation). 다만 지나친 압박은 혈액순환을 저해해서 도리어 회복이 더디어질 수 있으므로 완전한 휴식을 취할 때나 수면을 취하는 동안에는 압박하지 않도록 합니다. 한의원에서는 발목 염좌에 침치료 외에도 습부항 등의 치료를 병행합니다. 습부항은 고여있는 조직 삼출물과 어혈을 직접 뽑아냄으로써 부종 자체를 해소시켜줄 뿐만 아니라, 신선한 혈액의 공급을 유도해 회복 속도를 높여줄 수 있습니다. 상황에 따라 습부항 처치를 하기 힘든 경우에는 아쉬우나마 소염제 복용과 철저한 RICE 요법 등으로 대신할 수 있습니다. 발목부위는 좁은 면적에 비해 우리 인체의 하중을 오롯이 받는 부위이므로 부상 이후 관리를 제대로 해주 지 않으면 습관성으로 다치기 쉽습니다. 때문에 회복단계에서 시기적절한 치료와 조치가 필요함을 유념하시길 바랍니다. 예일한의원 이윤선 한의사
이윤선 (예일한의원)
2023-03-02 스트레칭 vs 운동요법
한의원을 찾는 환자분들 중 상당수가 근골격계 증상과 질환으로 내원하시곤 합니다. 이런 경우엔 적절한 치료와 함께 스트레칭 및 운동요법을 병행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스트레칭과 운동은 자칫 비슷한 개념으로 혼용하기 쉽지만, 그 역할과 효과가 엄연히 다르기 때문에 잘 구분하여 알맞게 적용해야 합니다. 스트레칭은 근육, 힘줄, 인대 등을 길게 늘리거나 관절의 가동 범위를 늘려주는 요법으로, 동작의 유연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따라서 신체활동 중에 발생할 수 있는 부상의 위험을 줄이고, 활동 후에 초래될 수 있는 근육통과 경직 등을 미연에 방지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격한 운동 후에 실시하면 부교감신경을 자극함으로써 맥박과 호흡 등을 서서히 정상수준으로 되돌리는 데 도움을 줄 수도 있습니다. 또한 자세교정이나 스트레스 및 긴장 완화의 목적으로도 활용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스트레칭만으로 체력 자체를 향상시키기에는 충분치 않습니다. 또한 스포츠 활동 전에 지나치게 근육을 이완시키면 되려 부상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습니다. 반면 운동은 체력을 향상시키고 근육을 단련하기 위해 고안된 신체활동을 뜻합니다. 스트레칭과는 달리 근육이 수축되어 긴장도가 올라가는 동작이 주를 이루고, 근력이 향상되면 관절 부위의 안정화에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적당한 유·무산소 운동은 근력 및 지구력 향상은 물론 스트레스와 불안감을 낮춰 정신건강에도 도움을 줍니다. 또한 신진대사를 촉진시켜 심장질환 및 당뇨 등과 같은 만성 질환의 위험을 낮출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부적절하거나 과한 운동은 부상을 초래하기 쉬워 주의를 요합니다. 이와 같이 스트레칭과 운동은 서로 다른 기전으로 다른 효과를 나타내기 때문에, 근골격계 질환의 관리와 재활의 측면에서 적합한 요법을 잘 선택해서 시행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근육에 피로가 쌓인 후에 염좌(strain)를 입은 경우, 재활단계에서 근육의 유연성을 늘릴 수 있도록 스트레칭을 꾸준히 해주어야 합니다. 반면 장기간의 부상으로 환부 및 주변의 근력이 약해진 경우에는 해당 근육이 정상 범주의 운동성을 회복할 때까지 운동요법으로 단련해주어야 합니다. 한방치료와 더불어 각자의 증상과 상태에 알맞는 재활요법을 잘 실천하여 슬기롭게 건강을 관리하실 수 있길 바랍니다. 예일한의원 이윤선 한의사
이윤선 (예일한의원)
2023-01-31 소화가 잘 안 되고 입맛이 없어요
스트레스를 많이 받거나 잠을 충분히 못 자는 등 몸의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 유독 더 입맛이 없고 소화가 잘 되지 않는 것을 경험해 보신 적 있나요? 그 이유는 기(氣, energy) 순환의 양태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한의학에서 기의 흐름을 '경락'이라고 일컫는데, 주된 12개의 경락은 순서대로 정해진 경로를 따라 흐르게 됩니다. 첫 시작은 가슴쪽에서 손으로 흐르고, 그 다음 손에서 머리와 얼굴로, 머리/얼굴에서 발로, 다시 발에서 배와 가슴으로 돌아오는 순환 구조가 반복됩니다. 이 과정에서 경락들은 인체의 중심인 체간(體幹)부를 반복해서 지나게되므로, 몸통은 기의 흐름이 교차되는 중요한 허브(hub) 역할을 합니다. 때문에 기의 흐름이 원활하지 못하면 교차로인 몸통쪽에서 먼저 이상 반응이 나타나게 되는데, 그 중에서도 소화기관이 영향을 가장많이 받게 되는 것입니다. 우선 기의 흐름이 원활하지 못한 경우를 간단히 두 가지로 나누어 살펴보겠습니다. 기가 뭉치고 막혀서 잘 흐르지 못하는 기체(氣滯)와 기의 양 또는 힘 자체가 부족한 기허(氣虛)의 두 경우가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흔히 겪는 상황들에 대입해보자면, 감정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에 '기체'가 잘 발생하게 되고, 충분한 수면을 취하지 못한 경우나 오랫동안 병을 앓고 난 이후 혹은 자연스럽게 나이가 들어가면서 '기허' 상태가 되기 쉽습니다. 기체 또는 기허의 상태에서는 조금만 먹어도 속이 더부룩하고 소화가 잘 되지 않으며, 가스가 잘 차고 입맛이 없게 됩니다. 또한 이렇게 몸통 부위에서 기의 흐름에 문제가 생기면 부차적으로 사지 말단과 두면(頭面)부로 가는 기의 흐름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손발이 차가워지거나 몸살을 앓듯이 팔다리가 쑤시고 힘이 없기도 하고, 두통과 어지럼증, 이명 등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이 외에도 다양한 원인으로 인해 이와 비슷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고, 또 같은 기체 및 기허 상태에서도 사람마다 체질마다 다른 증상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소화가 잘 되지 않아 불편하시다면, 가까운 곳의 전문가를 찾아 올바른 진단 및 치료를 받고 건강을 잘 관리하실 수 있길 바랍니다. 예일한의원 이윤선 한의사
이윤선 (예일한의원)
2023-01-01
크리스마스에서 연말연시로 이어지는 요즘, 술을 마실 일이 잦곤 합니다. 술은 한국인의 소울주(soul酒)인 소주부터 막걸리, 맥주, 와인, 위스키 등에 이르기까지 그 종류가 아주 다양하지만, 한의학적인 약초 성미 분류법에 따라 크게 두 카테고리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우리 몸 속에서 어떠한 작용을 일으키는가에 따라 나뉘는 ‘찬성질’과 ‘더운 성질’이 그것입니다. 각종 증류주, 맥주를 제외한 곡주, 레드와인 등을 비롯한 대부분의 술은 더운 성질을 지닌 것으로 여겨집니다. 이 열(熱)한 성질은 신진대사를 더욱 활발히 해주고 기혈의 흐름이 위로 향하도록 해줍니다. 예로부터 이러한 술의 성질을 활용해 약재를 백주(?酒)에 씻거나 볶아서 약기운이 온몸에 잘 퍼지도록 하거나 두면·흉부 등의 상체로 잘 올라가도록 했습니다. 때문에 이러한 술들은 가볍게 한 두잔 정도 마셔주면 혈액순환에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과음을 하거나 몸에 열이 많은 양인(陽?) 체질이 적정량 이상 마시면, 과도한 열로 인해 진액이 많이 소모되어 극심한 피로감이나 두통을 느낄 수 있고, 또 피부에 발진이 생기기도 합니다. 반면 맥주는 찬 술로 분류되는데, 맥주의 주원료인 보리가 찬 성질을 지니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됩니다. 몸이 찬 음인(陰?)이나 종종 아랫배가 차고 장 기능이 좋지 못한 사람들은 맥주를 많이 마시면 손발이 차가워지며 배탈이 잘 나고 설사를 하기 쉽습니다. 한편 술을 마신 다음날 머리가 아프고 속이 미식거리는 등의 숙취 증상은 ‘담음(痰飮)’으로 설명됩니다. 담음은 인체의 수액대사 중에 생기는 병리적인 산물을 뜻하는데, 열가지 병중에 아홉가지는 담음이 원인이라고 할 정도로 매우 많은 질환과 증상을 포함하는 증후군에 가까운 개념입니다. 섭취된 알코올은 간으로 운반되어 아세트알데 히드로 분해된 후 다시 무독성의 아세트산으로 대사가 되는데, 그 두 번째 단계가 원활히 일어나지 못해서 체내에 남은 아세트알데히드가 유발하는 일련의 숙취 증상들을 ‘담음’으로 보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담음을 제거하는 계열의 약들이 뛰어난 숙취해소 효과를 가집니다. 단일 약재로는 지구자(헛개나무 열매)나 갈근(칡 뿌리) 등이 좋은 효과를 나타냅니다. 여러분 모두 소중한 사람들과 숙취없는 연말연시 보내시고 건강하고 형통한 계묘년 맞이하시길 바라겠습니다 예일한의원 이윤선 한의사
이윤선 (예일한의원)
2022-12-01 찬바람 불 땐, 핫초코 대신 경옥고
날씨가 점점 쌀쌀해지며 감기기운을 느끼고 코로나나 독감이지는 않을까 걱정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오늘은 이럴 때에 특히나 좋은 보약, 경옥고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경옥고의 재료는 인삼, 생지황, 백복령, 벌꿀 등의 네 가지로 비교적 간단하지만, 만드는 과정에는 상당한 정성이 들어가야 합니다. 곱게 갈아 분말 형태로 만든 인삼과 백복령을 생지황즙과 꿀과 함께 고루 섞은 뒤 옹기에 넣고 밀봉하여 중탕으로 끓여줍니다. 물이 줄면 끓인 물로 보충해주며 삼일을 밤낮으로 끓여준 후에 꺼내어 흐르는 물에 꼬박 만 하루간 식혀줍니다. 이를 다시 삼일간 끓이고 하루간 식히는 과정을 반복해주면 경옥고가 완성됩니다. 경옥고가 최초로 기록된 책은 남송 시기 우승상을 역임한 홍준(1120~1174)의 입니다. 이 책은 의학이 론보다는 여러 사람들의 경험방을 위주로 집필한 책인데, 그 중 경옥고는 '신철옹'이라는 노인의 경험방으로 특히나 마른 기침에 효험이 좋은 것으로 기록되었습니다. 그 외에도 경옥고는 목이 건조하고 몸이 마르고 기력이 없거나 숨이 차며, 병을 오래 앓아 몸이 쇠했을 때에 뛰어난 치료효과를 보입니다. 경옥고는 치료 효과가 매우 뛰어나서인지 후대의 의서에 등장하는 빈도가 날로 높아지게 되었습니다. 대표적으로 명나라 주권의 , 청나라 장로의 등은 물론 우리 나라 허준의 에도 상세한 설명이 실려있습니다. 경옥고는 오랜 기간동안 언급이 되며 그 효험에 대한 설명이 더욱 풍부하게 보충이 되었는데, 한편으로는 과장된 표현도 생기게 되었습니다. 이를테면 '경옥고를 27년을 먹으면 360세를 살고, 64년을 장복하면 500세를 살수 있다'는 내용이 동의보감에 실려있는데, 이는 경옥고의 항노화 및 항산화작용에 대한 강조표현 정도로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실제로 경옥고는 마른 기침 등의 기존에 알려진 증상들 뿐만 아니라 항산화 및 항염증 작용과 면역력 증진, 뇌세포 보호 등의 효능을 가진다는 것이 최근 연구 결과들을 통해 입증되고 있습니다. 이렇듯 다양한 효능을 가진 경옥고는 따뜻하면서도 촉촉하게 진액을 보충해주는 성질이 있어 오랫동안 복용할수 있는 순한 약이지만, 전문가와의 맞춤형 상담을 통해서 정확한 진단을 받고 복용하실 것을 추천드립니다. 예일한의원 이윤선 한의사
이윤선 (예일한의원)
2022-11-02 다채로운 일곱 감정과 한의학
한의학에서는 우리의 정서반응을 노여움(노怒), 기쁨(희喜), 반추적 사고와 불안(사思), 슬픔(비悲), 근심과 우울(우憂), 두려움(공恐), 놀람(경驚)의 일곱가지로 분류하는데, 이를 칠정(七情)이라 부릅니다. 칠정은 기(氣)의 흐름에 영향을 끼쳐 특정 증상 및 병증을 유발하는 원인 또는 악화요인이 되기도 하지만, 역으로 병증을 치료하는데 활용이 되기도 합니다. 노여움은 욕망이 달성되지 못하고 억압되었다 충동적 흥분으로 발하는 정서로, 기의 흐름을 위로 솟구치게 합니다. 두면부를 비롯한 인체 상부에 기가 몰리므로 지끈거리는 팽만감을 동반한 두통과 이명 등이 생길 수 있고, 얼굴이 잘 붉어지며 가슴이 답답할 수 있습니다. 기쁜 감정은 쾌활하고 명랑한 정신활동을 유발해 기의 흐름을 완만하고 유해지도록 하므로 대체로 유익한 작용을 하지만, 그 고양감이 과해지면 역시 병리현상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반복되는 생각으로 인한 불안감은 기가 엉키고 응어리져 맺히게 하는데, 지속된다면 개인의 성향에 따라 폭발해서 노여움이 되거나 침정되어 두려움 및 우울감이 될 수도 있습니다. 슬픔은 진취성이 없이 가라앉는 성질을 가져 기가 소멸되게 하고, 근심 및 우울감은 기가 쌓이고 막혀서 흐르지 못하도록 합니다. 두려움은 마치 물이 아래로 떨어지듯이 기가 아래로 가라앉으며, 공포감이 극심할 때 다리에 힘이 풀리며 주저앉는 형상과도 같습니다. 놀람은 기를 어지러이 흩어 불안정하게 하는데, 흉격에 기가 뭉쳐 딸꾹질을 할 때 깜짝 놀래켜 기가 흩어지도록 활용하기도 합니다. 2015년에는 칠정을 측정하는 표준화된 핵심감정평가척도가 개발 및 연구되어지기도 했습니다. 연구에 따르면'기쁨'은 다른 여섯가지 감정과 부적 상관관계(negative correlation), 즉 반비례 관계를 나타냅니다. '웃음치료'는 이러한 관계성을 이용한 대표적인 치료법입 니다. 또한 '반추적 사고 - 슬픔', '슬픔 - 근심·우울', '두려움- 놀람' 간에는 서로 비례하는 강한 정적 상관관계(positive correlation)가 확인됩니다. 스트레스 상황에서 각자가 겪는 정신·심리적 반응이 이토록 다양한 기전으로 나타날 뿐더러, 칠정은 각기 다른 장부와도 깊이 연관되기 때문에 올바른 진단에 따른 개인별 맞춤형 진료가 필요합니다. 예일한의원 이윤선 한의사
이윤선 (예일한의원)
2022-10-01 잘 먹고 잘 자는 건강한 삶
2000년대 초반, 한국에 한 차례 열풍을 불러일으켰던 '웰빙(Wellbeing)'은 삶의 질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며 등장했습니다. 한의학에서는 이와 비슷한 개념을 '양생(養生)' 또는 '섭생(攝生)'이라 일컫는데, 건강한 삶을 지향하는 한의학의 핵심 가치관 중 하나로 꼽을 수 있습니다. 예로부터 고대 동아시아 의학에서는 이미 발생한 질병을 치료하는 것을 넘어, 애초에 질병에 쉽게 걸리지 않도록 건강을 잘 관리하는 예방차원의 치료 및 생활습관을 중시했습니다. 한의학의 바이블이라 불리우는 은 이러한 양생법에 대해 다채로운 방면으로 상세하게 기술하고 있는데, 오늘은 그 중 식이법과 수면법에 초점을 맞추어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한의학의 관점에서 볼 때, 인간의 생명활동을 유지시키는 가장 기본적인 힘은 부모님께 물려받은 타고난 체력(선천지정, 先天之精)과 우리가 섭취한 영양분(후천지정, 後天之精)의 조화에서 비롯됩니다. 그런데 유전적인 부분은 바꾸기가 어려우므로, 건강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양질의 음식을 잘 섭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양생법에서 '잘' 먹는다는 것은 계절과 체질에 맞는 청결한 음식을 규칙적으로 적정량 섭취하는 것을 뜻합니다. 또한 시고(酸) 쓰고(苦) 달고(甘) 맵고(辛) 짠(鹹) 다섯가지의 맛이 조화를 잘 이루도록 해서 음식을 먹어야 합니다. 양생에 있어 식이요법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질 높은 수면을 충분히 취하는 것입니다. 하루의 낮과 밤이 바뀌는 것은 곧 음양(陰陽)이 바뀌는 것인데, 우리인체의 음양도 이에 따라 왕성해지고 사그라드는 변화가 있게 됩니다. 낮에 왕성했던 양(陽)은 밤이 되면 사그라들고, 반면 낮에 움츠러들었던 음(陰)은 밤에 수면을 취하는 동안 다시 왕성해지며 우리 몸은 피로를 회복합니다. 이렇게 재충전의 시간을 거쳐야 다음날 양이 다시 왕성해졌을 때 소모할 에너지가 생기고, 생장(生長)의 기능이 제 역할을 다 할 수 있게 됩니다. 이는 음이 가장 왕성해지는 밤 10시에서 새벽 2시 사이의 한밤중에 숙면을 취해주는 것이 성장기의 아이들에게 매우 중요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한편 인체의 음양은 낮밤 뿐 아니라 계절의 변화에도 영향을 받기 때문에, 이에 따라 수면시간을 조절해서 건강을 지켜야 합니다. 이에 대해 에서는 봄/여름에는 늦게 잠들고 일찍 일어나고, 가을에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야 하며, 겨울에는 일찍 자고 늦게 일어나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다만 여기서 말하는 이르고 늦음은 해가 뜨고 지는 시점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현대사회의 기준과는 사뭇 다르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합니다. 이 외에도 희로애락(喜怒哀樂)의 감정이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게 조화를 잘 이루고, 마음상태를 담담하게 유지토록 하는 정신양생법에 대한 기록도 있습니다. 한의학의 지혜가 담긴 이러한 양생법들을 응용하고 실천해보며, 안녕하고 건강한 심신을 가꿔나가실 수 있길 바라겠습니다. 예일한의원 이윤선 한의사
이윤선 (예일한의원)
2022-08-01 우리말에 녹아든 한의학
한의학은 19세기 말, 서양의학이 본격적으로 도입되기 전까지 오랜 역사를 가지고 한국의 기본 의학 체계를 구축해왔던 만큼 우리 생활 곳곳에 자연스레 녹아들어 있습니다. 오늘은 그 중 한의학 이론이 깃든 관용어구들을 살펴볼까 합니다. 먼저, '쓸개 빠지다'라는 표현입니다. 하는 짓이 사리에 맞지 않고 줏대가 없는 사람이나 상황에 쓰이곤 하는데, 이는 담(膽=쓸개)의 한의 학적 특성을 알면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한의학의 바이블과도 같은 '황제내경'에서, 장부(臟腑)들의 생리기전 및 상호작용에 대한 활동규율을 밝힌 '장상론(臟象論)'을 살펴보면 담을 이렇게 일컫고 있습니다. 담자 중정지관 결단출언 '膽者 中正之官 決斷出焉'. 담은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으므로 결단력이 곧 여기에서 나온다는 의미입니다. 담이 옳고 그름을 판단하고 망설임 없이 배짱좋게 일을 처리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장부이기 때문에, 담의 기운이 약한 사람은 같은 상황속에서도 다른 사람들에 비해 더욱 우유부단하고 우물쭈물하며 쉬이 망설이곤 합니다. 이를 강조하기 위해 그 기운이 약하다 못해 아예 쓸개가 빠져버렸다는 표현을 쓰는 것입니다. 비슷하게 파생된 관용표현에는 겁이 없고 배짱이 두둑하다는 뜻을 가진 '담대(膽.)하다', 겁이 없이 용감한 기운 그 자체를 뜻하는 '담력(膽.)', 제 줏대를 지키지 못하고 이익이나 상황에 따라 이리저리 언행을 바꾸는 사람을 비꼬아 이르는 표현의 '간에 붙었다 쓸개에 붙었다 한다' 등이 있습니다. 다음으로 '비위가 상하다'라는 표현을 알아보기에 앞서 '비위(脾胃)'라는 단어부터 살펴보겠습니다. '비'는 음식을 먹고자하는 욕구나 입맛을 주관하고 '위'는 음식물을 소화해내는 기능 자체를 담당하는 장부로, 이 둘은 서로 깊은 상호작용을 합니다. 때문에 비위는 소화능력 및 식욕의 의미를 가져 '비위가 약하다, 비위가 동하다' 따위의 표현으로 잘 쓰입니다. 한편 호불호의 의미로 입맛을 해석하면, 비위가 '어떤것을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성미 또는 기분'의 뜻으로 쓰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비위가 상하다'라는 표현은 '속이 좋지 않아 금방 게울 듯하다'와 '마음에 거슬리어 아니꼽고 속이 상하다'의 두 가지 의미로 해석이 가능합니다. 이 외에도 한의학적 해석이 가능한 여러 표현들을 다음에 또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예일한의원 이윤선 한의사